화양연화
1962년 ~ 1966년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양조위와 장만옥 주연의 로맨스영화다.
가볍고 대중적으로 녹아들어간 중경삼림
촬영기법에 몰빵한 타락천사
감독의 스타일과 스토리 밸런스에 배우들의 매력까지 잘 더해진 아비정전
촬영기법의 존재감보단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한 화양연화
이렇게 느꼈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조명과 모션이 두드러지는 촬영기법보다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촬영소품, 의상, 배경, 음악의 조화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에피소드 두 개가 함께 진행되는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조연에게도 집중했던 아비정전과 달리
화양연화는 주인공이 단 두 명뿐이라 흐름을 깨지않고 감정선과 미장셴 모두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 속 장소는
- 우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웃사촌이었던 그들의 집
- 둘이 늘 스쳐지나가던 지하 시장과 입구 인근
- 상대의 배우자가 즐겨먹는 메뉴를 주문해 먹었던 레스토랑
- 본격적인 무협소설을 함께 쓰기 시작하면서 양조위가 마련한 방
- 전화가 울리는 각자의 사무실
-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정도 되겠다.
이 중에서 시네마 투어로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ㅋㅋ)
레스토랑은 골드핀치 레스토랑인데 현재는 폐점했다.
해당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비슷한 분위기로 새로 개업한 노스탤지어 식당도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폐점했는지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 포인트
당연히 두말하면 잔소리인 장만옥의 치파오다.
아비정전에서는 너무나도 수수하게 나와 그녀의 인기에 대해 의아함을 가졌었는데 화양연화를 보고 바로 이해했다.
치파오가 저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고 ??? 볼륨을 풍성하게 넣은 올림머리와 화장, 치파오에 잘 어울리는 귀걸이까지.
의상팀과 여배우 미모가 열일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녀는 영화 내에서 21벌의 치파오를 입었다고 한다.
보다보면 이전에 나온 치파오와 겹칠 때도 있는데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물론 미적인 것으로도 충분히 재밌지만 그녀의 감정선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중국에서는 초록색, 녹색이 불륜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녀의 치파오가 불륜을 의미하는 녹색과 사랑을 의미하는 붉은색의 치파오를 바꿔 입으며 등장하는데
서사와 비교하며 보면 더 의미가 있다.
물론 처음 본다면 모르게 봤을 가능성이 크기에 n회차 할 정당한 이유가 생겼다.
장만옥의 감정선도 충분히 이해하기 쉬워서 그녀의 연기도 집중할 포인트다.
밤샘 마작을 하는 주인 아주머니 때문에 회사까지 째며 양조위의 방에 갇혀버린 장만옥.
그 날 현타를 느껴버린 장만옥을 나는 너무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너무 잘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집필 공간을 마련한 양조위까지.
홍콩 음식
다른 왕가위 영화보다 유독 음식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바로
참깨죽, 찹쌀통닭, 국수 그리고 스테이크이다.
감기몸살에 제대로 걸린 양조위가 친구에게 사오라고 갈군 참깨죽.
양조위가 방에 갇힌 장만옥과 함께 먹은 찹쌀통닭.
늘 포장해 먹었던 국수.
밀회 속 먹는 단촐한 스테이크까지.
특별한 음식은 없지만,
오히려 스테이크는 고무 씹는 거처럼 느껴질 거 같지만,
괜시리 기억에 남아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다.
영화 속 음악은
보사노바 풍의 재즈가 흘러나오던 아비정전과 다르게
화양연화는 첼로 선율의 무겁고 서정적인 선율이 주가 되는 재즈를 느낄 수 있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 해당 장면들과 음악이 일치되지만 한 번 보았다면 유독 인상깊었던 장면 외에는
그 음악이 익숙하긴 하나 무슨 장면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해당 유튜브 링크는 해당 음악과 장면이 일치해서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순간순간 영화를 곱씹기 좋다.
개인적으로 Quizas, Quizas, Quizas가 나오는 순간이 참 인상 깊었다.
스페인어인 Quizas는 아마도, 어쩌면이라는 뜻으로 극적인 장면에 종종 흘러나오는데
예를 들자면 싱가포르에서 무언의 연락을 하는 장만옥과 양조위. 영상 마지막에 나온다.
또한 화양연화가 제목인 음악. 극 중에선 라디오에서 신청곡으로 흘러나오는데
처음에는 생일 신청곡이라 Happy birthday 오르간 버전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화양연화였다.
가사를 알지 못해도 왠지 모르게 구슬프고 노스탤지어 감성을 자아낸다.
첫 소절이 시작됐을 때 패왕별희의 암울한 문화대혁명 장면이 생각이 났는데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패왕별희에 나왔던가 ? 여가수의 목소리가 경극처럼 소리가 나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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