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왕가위 아카데미아 「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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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에피소드 두 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로 시작한 왕가위 감독의 홍콩영화 중경삼림.

그래서 바보같이 임청하 & 금성무 주연의 에피소드 1을 보면서 도대체 왕페이는 언제 나오지 ?

저 금발가발과 선글라스를 벗으면 왕페이가 나오나 ? 그럼 금성무와 양조위, 그리고 왕페이의 삼각관계 스토린가 ?

삼각관계에 미친 한국인답게 혼자 먼저 소설을 쓰고 있었으나.. 아니었다 (ㅋㅋ)

 

중경삼림은 에피소드 1과 에피소드 2를 엮어 놓은 영화로 에피소드 1은 임청하 & 금성무, 에피소드 2는 양조위 & 왕페이 주연으로 전개된다. 배경은 지리적으로 동선이 겹치긴 하나 인물들의 배경이 같지는 않다.

에피소드 1과 에피소드 2의 인물들 간의 관계도 정말 스쳐지나가는 타인. 나레이션도 이를 알려준다. 

 

 

 

이 포스팅을 쓰는 지금은 이미 왕가위 장편 영화 3개 (열혈남아, 일대종사, 블루베리) 를 제외하곤 다 본 상황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왕가위 영화 입문작이자 홍콩영화 입문작으로 이만한 게 없다. 물론 무협영화나 90년대 홍콩느와르영화가 잘 맞는다면 다른 걸 먼저 봐도 좋지만 아니라면 중경삼림 추천.

매력적인 주인공들, 다소 익숙한 OST, 가벼운 스토리 전개와 왕가위 감독의 맛보기 미장센까지.

 

 

오늘 글은 보면서 느꼈던 포인트들을 몇 개 골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볍게 써내려갈 예정.

 

 

 

 

 

 

 

대비에 대하여

 

우선, 푸르딩딩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홍빛 색감 대비.

색감이 장 피에르 주조 감독의 아멜리에에서 온도 조정만 한 느낌 ? (ㅋㅋ)

개인적으로 녹색과 붉은색 내지는 주황색의 대비감을 좋아해서 

영상미에 너무 만족하며 봤다.

 

물론 영화색감에서 대비도 드러나지만

에피소드 2의 인물들 간의 대비에 주목해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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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첫 등장은 663의 경찰 제복과 페이의 일상복.

하지만 1년 뒤 둘의 입장이 바뀐다.

승무원 제복을 입은 페이와 경찰을 때려치우고 미드나잇익스프레스 가게를 인수한 663의 캐주얼한 셔츠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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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령 왕페이

 

승무원인 구여친 주가령과 현썸녀 페이는 나오는 모든 순간이 대비였다.

참고로 극 중 주가령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의상 / 제복을 입은 옷차림과 캐주얼한 셔츠차림

헤어 / 단정히 올린 긴 머리와 다소 선머슴 같기도한 짧은 머리

직업 / 승무원과 종업원

 

 

 

외관에서부터 오는 그들의 대비감은 이후 663과의 관계에서도 대비를 보여주는데

끝까지 주가령의 편지를 읽지 않는 663과 결국 페이가 남긴 편지를 읽는 663번지지 않았지만 자리가 없었던 주가령이 남긴 비행기 티켓과 자리는 있지만 번져버려 알 수 없는 페이가 남긴 비행기 티켓까지.

 

구여친과 현썸녀의 대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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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 대하여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많은 누군가들과 스치는 순간들

 

앞서 말했다시피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아는 사이가 아니다.

지리적으로 동선만 겹쳐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갈 뿐.

 

 

감독의 생각과 나레이션을 들으면

내가 오늘 스쳐지나간 누군가의 하루에 대해 궁금해지곤 했다.

영화 속 페이처럼

 

그냥 거대왕인형 사가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좋아하는남자의 전여자친구가 남긴 편지속에 있던 그의 집키를 훔쳐 집청소를 하고 결국 인형까지 바꾸려고)

거대왕인형 사가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ㅋㅋ 

저정도로 가택침입의 다이나믹한 스토리는 아니겠지만

모두에겐 각자의 세계가 있고 지금도 수 십억 개의 세계가 돌아가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웅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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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년만큼 사랑해 <

>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

 

에피소드 1에서 금성무의 나레이션에서 나온 주옥같은 멘트들.

얼토당토 않는 만 년이라는 숫자라 유치하긴 하지만 그만큼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하늘만큼 땅만큼 뭐 이런 느낌 (ㅋㅋ)

 

순간에 영원성을 넣고 싶은 그의 말들은

사실 모두가 한 번쯤 느껴본 생각 아닐까

뭐 굳이 사랑 아니어도

영원으로 간직하고 싶을 좋은 순간들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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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

 

이건 그냥 여담인데 남주들이 철딱서니 없고 바보 같단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다음날이 그의 생일인 것도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도 그래서 마음이 허한 것도 알지만

하룻밤을 함께 보낼 여사친을 찾아 수십 통의 전화를 갈기는 그를 보며 (..)

술집에 제일 처음 들어오는 여자에게 반할 예정이라는 그를 보며 (..)

 

자주 가는 샐러드집 알바생이 집에 있는 걸 보고 생각보다 괜찮은 그를 보며 (..)

비누에게 자꾸만 말을 거는 그를 보며 (..)

 

그래. 663은 예술 영화 남자 주인공이라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223은... 하지무는.. 난 이해하지 못했다.. 

 

 

 

 

 

 

NOW in

 

지금 홍콩에 들려 방문할 수 있는 장소로는

1. 양조위 집 옆 엘리베이터

> 하지만 양조위의 집은 없어졌다. 원래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의 집이었으나 지금은 없다.

 

2. Chungking Express

> 월세 때문에 편의점으로 바꼈다고 한다....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

 

3. 중경맨션

> 임청하가 마약 도매상으로 일하는 건물로 후속작인 타락천사 금성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숙박업소도 여기에 위치했었다.